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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부는 ‘서학’의 바람

가장 먼저 가톨릭을 받아들인 나라, 그리고 피의 박해한국에서 ‘종교의 자유’는 오늘날 자명해 보이지만, 이 땅에서 신앙을 지킨다는 일은 한때 생명을 건 모험이었다. 조선 후기, 서양에서 온 새로운 학문과 종교, ‘서학(西學, Catholicism)’이 조선 지식인과 백성들에게 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작은 씨앗은 곧 거대한 박해와 순교의 역사로 이어진다. 서학, 조선을 만나다18세기 후반, 조선은 오랜 성리학 질서와 봉건적 신분제가 지배하던 나라였다. 그러나 청나라와의 연행(燕行) 등을 통해 서양의 새로운 학문과 문물이 유입되었고, 그 중심에 ‘천주학’(Catholicism, 가톨릭)이 있었다.조선의 최초 가톨릭 수용은 독특했다. 서양 선교사가 본격적으로 전도하기 전에, 조선의 유학자들이 스스로 ‘천..

History 2025.07.26

침묵의 섬, 분노의 기억

대만 228사건의 진실과 그 후유증, 그리고 현대 정치사오늘날 대만(타이완)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를 자랑한다. 그러나 불과 몇 세대 전, 이 섬은 오랜 시간 ‘공포’와 ‘침묵’이 지배하던 공간이었다. 그 중심에는 ‘228사건(二二八事件, February 28 Incident)’이라는 대만 현대사의 가장 아픈 상처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식민지에서 국민당의 통치로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패망하자, 50년 가까이 일본의 식민통치 아래 있었던 대만은 중국 국민당(國民黨, KMT) 정부의 통치를 받게 되었다.그러나 해방의 기쁨도 잠시, 대만 사람들은 곧 국민당의 부패, 경제 혼란, 정치적 억압에 시달리게 된다.본토에서 온 국민당 관료들은 대만인(本省人, 본성인)을 ‘..

카테고리 없음 2025.07.26

머리카락에 깃든 저항의 역사

청나라 변발령(辮髮令)과 한족 사회의 항쟁중국의 긴 역사에서 머리 모양이 이토록 큰 정치적 의미를 띤 적이 또 있었을까?17세기 초, 만주에서 일어난 여진족이 중원을 정복하고 청나라(淸朝)를 세운 이후, 중국 땅에는 전례 없는 ‘머리카락 전쟁’이 시작됐다.그 중심에 바로 “변발령(辮髮令, 변발 강제령)”이 있었다. 변발령이란 무엇인가?변발(辮髮)이란 만주족 남성의 전통 머리 모양이다. 앞머리는 깨끗이 밀고, 뒷머리는 길게 땋아서 등 뒤로 늘어뜨리는 형태다.1644년, 청나라가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북경에 입성하자, 새 왕조는 한족(漢族)에게도 만주족과 같은 머리 모양을 강제하는 ‘변발령’을 내린다.“머리는 남기고(留頭), 변발하라(辮髮)”는 이 명령은 단순한 헤어스타일 강요가 아니라, ‘왕조에의 복종’과 ..

History 2025.07.26

사라져가는 목소리, 되살아나는 이름

북해도의 아이누족과 일본화(일본同化) 정책의 그림자일본 최북단, 광활한 평야와 빙설이 어우러진 섬—홋카이도(北海道). 이곳엔 오래전부터 ‘일본인’이 아닌, ‘아이누(Ainu)’라는 또 다른 주인이 살고 있었다. 오늘날 일본에서도 많은 이들이 그들의 존재를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아이누는 수천 년 동안 홋카이도와 사할린, 쿠릴 열도의 대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언어, 신앙, 문화를 꽃피워왔다. 아이누족—바다와 숲의 민족아이누는 언어적, 인류학적으로도 일본 주류인 야마토민족(大和民族)과 구별되는 독립적인 집단이다. 아이누어는 일본어와도, 유라시아 다른 언어와도 계통이 다르다.이들은 사냥, 어업, 채집, 소규모 농경에 의존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다. 곰신(イヨマンテ), 불의 신, 숲과 바다의 영혼을 모시는 ‘..

카테고리 없음 2025.07.26

변방의 주인이 바꾼 동아시아의 지도

요·금·서하 소수민족 왕조와 고려, 송, 원의 복잡한 권력 구도동아시아의 중세사는 ‘중원(中原)의 한족 왕조가 중심’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실제로 10~13세기, 동아시아를 이끌었던 주역들은 오히려 변방의 소수민족 왕조들이었다. 그 대표가 바로 **요(契丹), 금(女眞), 서하(西夏)**다. 이들 왕조의 부상은 고려, 송, 원 등 전통 강국의 운명을 뒤흔들며 동아시아의 지도를 완전히 새롭게 그렸다. 1. 요(契丹) – 유목의 제국이 중원을 지배하다10세기 초, 만주와 몽골 초원을 무대로 하던 거친 유목민족 ‘거란(契丹)’이 한족의 혼란을 틈타 요(遼) 왕국을 세운다. 요나라는 만주, 몽골, 중국 북부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차지하고, 한족 송(宋) 왕조와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했다.이 시기 송은 군..

History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