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 25

에도시대의 창, 나가사키

데지마를 통해 흐른 동서양의 만남과 작은 국제도시의 삶오늘날 일본의 서쪽 끝, 규슈 나가사키. 이곳은 17세기에서 19세기까지 일본이 ‘쇄국(鎖国)’이라는 두터운 벽을 친 시절에도 유일하게 세계와 소통하던 창(窓)이었다. 나가사키는 단순한 항구가 아니라, 동아시아와 서양, 그리고 일본 내 다양한 계층이 모여 살아 숨 쉬던 국제무역항이었다.그 중심에는 조그만 인공섬—데지마(出島)가 있었다. 왜 일본은 문을 닫았는가? 그리고 왜 나가사키였는가?에도 막부는 1630년대, 기독교 포교와 외세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쇄국 정책을 단행한다. 전국의 항구가 봉쇄되고, 외국과의 공식 교류는 나가사키로 한정됐다. 나가사키는 지리적으로 대륙과 가깝고, 일찍부터 중국·포르투갈 상인들이 드나들던 무역의 중심지였다.이곳에서만..

History 2025.07.25

조선의 실학, 북경을 걷다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의 연행과 지식의 국경을 넘은 이야기조선 후기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전통 유학의 권위가 흔들리고, 사회·경제적 현실은 새로운 돌파구를 요구했다. 바로 이 시기, “실학(實學)”이라는 새로운 지식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실학은 단순히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 문제 해결과 사회 개혁을 꿈꾼 조선 지성인들의 사상운동이었다. 청나라, ‘적국’이자 ‘배움의 대상’조선 사회에 청나라는 복잡한 대상이었다. 명분상으로는 명나라를 섬기고 청을 오랑캐(胡)로 여겼으나, 현실적으로는 거대한 청나라가 동아시아의 질서를 주도하고 있었다. 한편 청은 경제적·과학적·문화적으로 새로운 활기를 보여주고 있었고, 조선의 개방적 사상가들은 “배움”의 관점에서 청나라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연행(燕行..

카테고리 없음 2025.07.25

명나라의 마지막 불꽃, 대만에서 피어나다- 정성공과 동녕왕국, 그리고 한·중·서양이 교차한 격동의 섬

혼돈의 중국, 그리고 한 줄기 희망17세기 중엽, 중국 대륙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오랜 세월 중원을 지배하던 명나라는 만주에서 일어난 청나라(후금)에 의해 무너지고, 대륙은 피바람과 혼란 속에 휩싸인다.이 대혼란의 시대, 명나라에 충성을 맹세한 수많은 유민(流民)들이 조국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한 인물—정성공(鄭成功, 쿠싱가 Koxinga)—은 중국 역사에서 ‘마지막 충신’으로 불릴 만한 인물이었다. 해상왕국의 탄생, 정씨 가문의 등장정성공은 원래 푸젠성 출신이지만, 그의 아버지 정지룡(鄭芝龍)은 해적에서 거상, 나중에는 명나라 수군 장군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었다.정성공은 일본 나가사키에서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한중일 해역을 넘나드는 명실상부한 국제인이었다. 명나라..

History 2025.07.25

“침묵의 섬”에서 울려 퍼진 절규

대만의 백색테러 시대와 그 그림자많은 이들이 오늘날 대만을 민주와 자유, 활기찬 시민사회로 떠올린다. 그러나 70여 년 전, 이 섬에는 극한의 두려움과 침묵이 지배하던 시기가 있었다.‘백색테러(白色恐怖, White Terror)’—이 용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만을 지배했던 국민당 정부의 정치적 숙청, 공포정치, 그리고 그 속에서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을 상징한다. 혼돈의 시대, 국민당의 이주와 권력 독점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대만이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될 때, 대만인들은 오랜 고통의 시대가 끝났다고 믿었다. 그러나 곧이어 중국 본토에서 국민당(국민정부)이 쫓겨 대만으로 옮겨오면서, 새로운 시련이 시작되었다.중국 본토에서 벌어진 국공내전(국민당-공산당)에서 패한 장제스와 국민당 정권은 1949년..

History 2025.07.25

대만 원주민의 역사와 현재

잊혀진 섬의 주인에서, 다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대만에는 대만인만 산다”—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대만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뒤섞인 섬이다. 대만의 역사는 한족 이주자나 일본, 중국과의 정치적 역동성만큼이나, 오랜 세월 이 땅에 뿌리를 내린 ‘원주민(原住民, Indigenous Peoples, 타이완어로는 “아타야알”)’들의 이야기로도 풍성하다. 한족 이전, ‘섬의 주인’들이 있었던 대만한족(漢族)이 대만에 대거 이주해 오기 전, 대만에는 다양한 원주민 부족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파완(Paiwan), 아미(Amis), 타로코(Taroko), 아타야알(Atayal), 루카이(Rukai), 부눈(Bunun) 등, 공식적으로만 16개의 원주민 부족이 현재 대만 정부에 의해 ..

History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