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국경을 ‘국가의 당연한 경계’처럼 받아들인다. 하지만 19~20세기 이전 동아시아에서 국경이란 오늘날처럼 뚜렷한 선이 아니라,중화(中華)의 천하, 조공 질서, 봉건 영토, 유목민의 초원, 바다, 섬들이 얽힌 유동적 공간이었다.근대적 국경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어떻게 한중일대만의 국가 정체성에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전통 동아시아—경계 없는 세계조선, 청, 일본, 류큐, 대만, 몽골, 베트남 등은조공·책봉(冊封)·화번(藩) 관계,경계선이 아닌 ‘완충지대’와 관문(관문)이민족, 무역, 외교, 해적, 사절, 혼인 등다층적이고 느슨한 질서를 유지했다.“조선의 경계는 압록강과 두만강” “중국의 천하는 사방” “일본의 경계는 바다”라는 관념이 주류였고, 영토 분쟁보다는 명분과..